중대재해법 ‘오너’ 첫 기소…“논란 마침표” vs “확대 해석”
중대재해법 ‘오너’ 첫 기소…“논란 마침표” vs “확대 해석”
등록 2023-04-03 16:40
수정 2023-04-03 20:11
김용균씨 사망사건과 관련한 2심 재판이 열린 2월 9일 오후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1심보다 후퇴한 재판 결과에
김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중대재해없는 세상 만들기’ 대전운동본부 회원들이 침통한 표정
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는 누구인가.
검찰이 처음으로 기업 소유주(오너)인 그룹 회장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삼표산업 중대재해 사건’과 관련해, 이번 기소로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 범위 논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동계는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입장인 반면 경영계는 “확대 해석”이라고 반발하는 등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3일 오전 ‘중대재해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 열어 “이번 삼표그룹 회장을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로 판단하고
그 법적 책임을 물어 기소한 것은 법리적으로나 사실관계 측면에서 당연한 결과”라며 “법률 제정 당시부터 계속되어 온 경영책임자의 정의에 대한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역시 이날 논평을 내어 “전문경영인, 바지사장을 내세워 법적 책임에서 빠져 나갔던 재벌 대기업의 행태를 어떻게 엄단할 것인가에 대한 무엇보다
중요한 첫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노동계는 이번 검찰 기소로 ‘경영책임자’ 범위에 그룹 회장 등 오너가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보는 분위기다. 의정부지검은 지난달 31일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채석장 사건’과 관련해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실질적·최종적 권한을 행사”했다는 등을 근거로 든 바 있다. 이는 노동부가 ‘중대재해법 해설서’
등을 통해 밝혀온 “형식상의 직위나 명칭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에 관한 의사결정권을 가질 경우
경영책임자로 볼 수 있다”는 해석과도 일치한다.
반면 그동안 ‘경영책임자’ 범위에 그룹 회장이나 대표이사는 포함돼선 안된다고 주장해온 경영계는 “확대 해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검찰 기소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31일 낸 입장문에서 “현행 중처법의 경영책임자 개념(정의)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수사기관(노동청·검찰)이 중처법 의무주체를 확대·해석하여 적용했다”며 “향후 경영책임자
대상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증대되지 않도록, 정부가 시급히 중처법 개정을 추진해달라”고 밝혔다.
그동안 기업들은 경영책임자 범위가 과도해 경영 활동이 위축된다며, 그룹 회장이나 대표이사가 아닌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를 ‘경영책임자’로 해석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지난해에는
기획재정부가 이런 경영계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반영한 시행령 개정방안을 노동부에 전달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대건설 윤영준 대표이사는 지난해 “안전보건최고책임자가 경영
책임자”라고 주장하며 안전보건교육을 미이수해 과태료 대상이 되기도 했다. 경영계는 노동부가 지난 1월 발족한 ‘중대재해법령 개선 티에프(TF)’에서 ‘경영책임자 형사처벌 조항’ 삭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중대재해법 관련 첫 선고가 오는 6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있을 예정이다. 지난해 5월 고양시 요양병원 증축공사 현장에서 작업하던 하청 노동자 추락사고와 관련해 온유파트너스 대표이사 ㄱ씨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출처 : 한겨레 (장현은 기자)